작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자주 화두로 떠오르는 게 바로 표현기법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입니다. 어떠한 분야든 포장과 내용, 겉과 안 등등 사용하는 단어만 다를 뿐, 궁극적으로는 표현방식과 내용, 이 두 가지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표현기법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것이죠. 특히, 아트와 기술 사이에서 아직도 방황하는 에니메이션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아니 어쩌면 매번 맞닥뜨리게 되는 고민인듯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Astigmatismo 난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소년이 안경을 잃어버린다. 난시가 있는 소년은 한 번에 하나의 사물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년은 주변에서 나는 소리에 더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소년은 흐릿한 시야로 미지의 장소와 사람들이 있는 세상을 경험해야 한다.

스페인의 Nicolaï Troshinsky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을 보면서 그 실험적인 시도에 감탄했습니다. 감독은 빠르게 특정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는 블러 효과를 사용해 캐릭터의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소리와 배경음악에 맞춰 화면의 초점과 풍경이 변화합니다. 메이킹에서 말하듯이 시력의 상실을 대체하는 표현으로 말입니다.

Troshinsky 감독의 기술적인 시도는 사실 새로이 발명된 게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초창기부터 사용해왔던 멀티플레인 기법과 컷아웃, 페인트온 글래스 기법 들입니다. 이렇듯 참신한 표현기법을 사용한 건 아니지만, 감독이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그에 맞는 표현기법을 연구하고, 결국 실험적인 작품을 완성해냈다는 데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도 표현기법과 내용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습니다. 너무나 실험적이고도 빠르게 초점을 이동하고 일러스트레이션적인 캐릭터성을 강조하려 한 탓에, 스토리텔링이 애매모호해져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퍼펫 애니메이션 위주인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는 사람이 ‘표현기법과 스토리텔링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한 번쯤 곱씹어봐야 할, 스페인에서 날아온 좋은 예인듯 합니다.

우리나라 작품들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기법적 시도를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배우는 친구들이 자주 하는 착각 중 하나는 바로 퍼펫 애니메이션이 3D나 2D보다 작품하기 편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캐릭터나 세트 등을 손으로 만지고 액팅을 몸으로 느끼면서 할 수 있기에 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상제작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제 경험상 퍼펫 애니메이션은 팀 작업의 특성이 강한 장르라고 봅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으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어쨌건 오늘 소개한 애니메이션은 좋은 방향이건 나쁜 방향이건 오랜만에 생각을 곱씹게 하는 작품입니다. 다양한 아이디어, 다양한 시도만이 저 같은 현장인력이나 애니메이션을 배우는 사람 모두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는 2014년의 어느 하루입니다.

< 메이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