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제작방식이 탄생해서 대중화되고 기교적으로 발전되는 양상을 보고 있자면 살아있는 생물의 진화를 보는 듯 합니다. 오늘 소개할 라이트 페인팅(light painting)도 그렇게 변화하는 중입니다.

라이트 페인팅은 빛과 카메라의 노출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으로,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용 기기의 보급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예술형식입니다. 몇몇 아트그룹의 작품활동 및 일반대중의 취미로 시작된 이후 상업광고에 등장하면서 그 전성기를 누렸지요.

제가 라이트 페인팅에서 항상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시간의 길이를 조절하며 나름의 시간과 공간이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타임랩스화된 현실’과 ‘새로이 창조된 세계’가 공존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예요. 또한 라이트 페인팅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아이들이 즐겁게 낙서한 것 같아서 몽환적인 느낌이 더욱 두드러지죠.

지금은 전에 비해 라이트 페인팅의 인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든 듯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라이트 페인팅에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작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전문작가들 중 하나가 Darius Twin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라이트 페인팅 작가 Darren Pearson입니다. 위에 링크된 영상은 그의 단편 <Lightspeed>입니다.

이제까지는 대다수 라이트 페인팅 작업물들이 주로 팀 작업 위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미와 즐거움’이 작업의 주된 목적이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라이트 페인팅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간 이유일 겁니다. 공동창작 활동을 위한 새로운 장르로 등장하게 된 거지요.

Darren Pearson 감독은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일종의 놀이수단이었던 라이트 페인팅에 영상언어를 도입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이미지가 중심이었던 라이트 페인팅을 프레임 사이의 의미를 전달하는 시각적 매개체로 전환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타입랩스화된 현실은 이제까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캔버스와 같았지만, Pearson 감독은 이를 배경 제공이라는 공간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입니다. 또한 이 작품이 차별화되는 점은 이미지에 부피감을 부여하는 드로잉 방법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선을 사용해 이미지를 표현하던 이제까지의 방식과는 다르게 말이죠. 이 때문에 감독이 스스로를 라이팅 조각가라 부르지 않나 싶습니다.

Darren Pearson 감독의 작품을 감상해보면 라이트 페인팅(혹은 light sculpture 빛으로 만든 조각)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아래는 그의 이전 작품 <Light Goes On>입니다.